년대를 물들인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 (줄거리, 결말)
1986년 한 남녀가 열차 안에서 머리를 맞대고 자고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홍콩 낯선 땅에 내려 선 대륙의 시골 남자 '여소군'은 고모를 찾아갑니다. 고모의 도움으로 시장에서 일하며 홍콩 생활에 즐겁게 적응해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맥도널드를 방문한 그는 홍콩의 주 언어인 광둥어를 할 줄 몰라 주문을 하는데도 애를 먹습니다. 주문을 받던 여직원 '이교'의 조언대로 홍콩에서 더 잘 적응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려 학원에 등록합니다. 사실 이교의 친절은 소개비를 챙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교는 그곳에서 청소업무를 하며 도강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소군이 자전거를 타고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러 가는 길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대만의 가수 등려군의 노랫소리에 이교와 여소군은 함께 흥얼거립니다.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고 억척같이 돈을 모으는 이교는 여소군은 이용하지만 그는 그저 기쁜 마음으로 그녀를 돕습니다. 이전에 대륙에서 등려군 테이프를 팔아 수익을 크게 봤었던 이교의 제안으로 1986년의 마지막 날 그들은 똑같이 등려군의 테이프를 팔 계획이었지만, 소득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교가 아쉬워 푸념하는 중에 실수로 자신이 대륙 출신인 것을 그에게 들킵니다. 서로에게 좀 더 가까워진 그들은 결국 우정의 선을 넘게 되고, 고향에 약혼자가 있어 매일 편지를 쓰던 여소군은 점차 약혼자에게 소홀해집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꼼꼼히 계획하고 열심히 돈을 모으던 이교가 주식으로 전재산을 잃게 되고 결국 다시 돈을 모으기 위해 찾아간 곳은 안마시술소입니다. 둘은 친구도 연인도 아닌 애매한 관계를 유지해 가고 있었습니다. 여소군의 약혼녀에게 줄 선물을 함께 고르러 간 자리에서 여소군은 이교에게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약혼녀에게 줄 팔찌와 똑같은 물건을 그녀에게도 선물합니다. 그의 행동에 화가 난 이교는 그와의 관계를 정리합니다. 몇 년 뒤 계속 두 여자 사이에서 우유부단했던 여소군은 결국 예정대로 약혼녀와 결혼을 합니다. 그의 결혼식에 이교가 안마시술소에서 인연을 맺은 사채업자 구 사장과 함께 동행합니다. 둘은 오랜만의 재회 후 다시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서로 마음을 숨깁니다. 그동안 여소군의 도움을 많이 받아왔던 이교는 그녀의 부인 소정을 챙기기 시작합니다. 이교는 그녀와 친해지면서 그녀를 통해 여소군의 속마음을 눈치채게 되고 자신 또한 흔들리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이교가 여소군을 데려다주는 길에 우연히 등려군을 발견하게 된 그들은 자신들의 추억 속 공통분모인 등려군의 출현에 더욱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그날을 계기로 둘은 서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지만, 자신을 아낌없이 사랑해주었던 구 사장을 버릴 수 없었던 이교는 결국 말없이 그를 따라 홍콩을 떠납니다. 혼자 남은 여소군은 아내 소정에게 이교와의 관계를 고백하고 둘은 이별을 합니다. 그녀에 대한 죄스러움으로 고모가 남긴 유산을 소정에게 주고 등려군은 홀연히 미국행을 택합니다. 또 몇 년의 시간은 흐릅니다. 낯선 미국 땅에서 등려군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뉴스가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가던 길을 멈추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두 남녀가 있습니다..
영화 감상후 여담..
진가신 감독의 홍콩영화 <첨밀밀>은 80~90년대 변화의 홍콩을 배경으로 한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작품입니다. 국내 개봉은 1997년 이루어졌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2015년에야 개봉을 했다고 합니다. 영화는 홍콩 내 영화제와 국제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등려군의 노래 <월량대표아적심>과 <첨밀밀>은 개봉 당시 영화와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지는 못했어도 어디를 가나 등려군의 노래가 흘러나왔기에 노래를 처음 들어본 분은 아마 없으실 것입니다. 영화는 화려하게 볼거리가 많거나 영화 속에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 줄거리에 자극을 준다거나 하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주인공 와 그 주변 인물들의 삶과 사랑을 감성적이고 현실적으로 다뤄 공감을 끌어냅니다. 지금에 봐도 멋진 장만옥과 여명 두 배우의 풋풋한 젊은 시절이 담겨있어 오래된 작품이지만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점차 서로에게 이성으로서 호감을 갖게 되던 중 여소군과 이요가 가까이 맞대어 서서 서로를 의식하며 그녀의 단추를 잠가주는 장면은 그때도 지금도 매우 설레는 명장면입니다. 그리고 몇 번의 헤어짐과 재회를 반복하고 나서 머나먼 이국땅에서 둘의 추억을 담은 등려군의 사망 소식을 함께 접하며 드디어 함께 마주 서게 된 장면은 '드디어 만났구나' 하는 안도감마저 주게 합니다. 영화는 보는 내내 각 주인공들의 변화하는 현실적인 상황들에 공감하며 몰입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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